"하하, 그대는..."
거두어진 검날에 붉은 시선이 와닿았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그는 지금껏 보아 온 그 어떤 때보다도 즐거워 보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군..."
눈꺼풀 아래로 라데카보다 붉은 눈동자가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는 뜨일 일 없이 이지러진다.
레타는 뻑뻑한 눈을 깜빡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려져 나간 세계에서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럼에도 몹시 추웠다. 아, 성화. 레타는 허리춤의 가방에서 불꽃을 꺼내 품에 안았다. 신성이 깃든 불길이 너울너울 춤추는 광경이 몹시도 아름다웠고, 따스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균열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고요했다.
새소리도,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발소리뿐.
바깥의 자들을 염려하는 것인가?
그대가 이 공간에 머무른다 한들, 누가 그 사실을 기억해 주지?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그대를 잊어버릴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