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게이트, 의무실 가장 안쪽에는 레타의 침대가 있었다.
어째서 의무실 침대가 아니라 레타의 침대냐고 묻는다면, 물론 레타가 그곳에서 자기 때문이었다.
레타는 바깥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느끼면 어김없이 아발론 게이트에서 밤을 보냈다. 모두가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가, 한 기사의 부상을 계기로 알반 기사단 전체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성지에서의 야간 임무―사도화된 생물을 처치하던 도중 에일레르 조의 조원 하나가 부상을 입었다. 그 기사를 의무실에 데려다 놓고, 나머지가 치료를 위해 바쁘게 오가는 소란에 레타는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비몽사몽한 밀레시안이 하품을 짝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원이 다쳐 정신이 없던 피네도 그를 알아차리고 말았다고 한다. 어머, 레타 님! 언제부터 여기에 계셨던 거예요? 피네의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고 스태프를 들고 비척비척 걸어간 레타는(피네는 아무리 봐도 잠이 덜 깬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누워 있던 환자를 향해 힐링을 해 주었다. 피가 멎고, 살이 차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남은 생채기에 붕대를 꽁꽁 동여매기까지 한 그는, 치료가 끝나자 갑자기 마력을 크게 쓴 것이 피곤한지 다시 일어났던 자리로 돌아가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와중에 붕대는 그렇게 졸린 모양새를 하고도 다시 묶을 필요 없이 단정히 매어 두었다나 뭐라나. 못본 척 하기엔 다치지 않았던 나머지 조원 하나가 입을 헤 벌리고 일련의 사건에 넋을 놓고 있었다. 피네는 다른 조장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했고, 한동안 아발론 게이트가 발칵 뒤집혔다.
첫째, 특별조 조원들인 예비 기사들은 레타가 의무실에서 자고 가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특별조의 역할 상 그들은 게이트에 상주하므로 모를 리 없었겠으나, 조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아무 곳에서나 꾸벅꾸벅 조는 것을 처음 의무실에 데려가 재운 것이 특별조 조원들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처벌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죄목으로 처벌해야 하는지가 한동안 조장급 기사들의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둘째, 단장 알터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엄청난 난리를 치렀다. 그 자리에서 매일 주무시는 것인지, 매일이 아니라면 어떤 조건에서 주무시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가면 그분을 뵐 수 있는지, 혹 다치기라도 하면 직접 치료해주시는 것인지. 그 모든 질문이 쉴 틈 없이 이어졌으며, 마침내는 의무실로 달려가려는 단장을 조장들과 아르후안 조가 있는 힘을 다해 막았다.
셋째, 그를 앞으로도 의무실에 머물게 두어도 되는지, 기사들의 숙소를 내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가 의무실에서 머무른 이유는 루나사의 보고를 통해 어느 정도 해명되었다. 밀레시안의 피에 관한 소문이 왕국의 경계를 넘어 발 달린 듯 퍼지고 있다던가. 처음에는 그만한 무위와 밀레시안의 육체를 가진 이가 신변의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대다수가 믿지 못했다. (물론, 그와 함께한 경험이 없는 기사들이 대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인물이 느끼는 불안이라면 여관도, 대륙 변두리에 위치한 그의 농장도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리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결국엔 그를 내쫒기보다는,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한때의 난제가 되었다.